21세기는 기존의 산업과는 다른 패러다임(paradigm)으로 창조되는 문화콘텐츠(culture contents)가 주류문화(mainstream culture)인 시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게임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되고 유통(流通)되면서 현대사회에 밀접한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점차 기반을 탄탄히 다져가면서 세계화(globalization)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 세계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1996년 대한민국의 텔레비전 드라마가 중국에 수출되는 것을 시작으로 중국에서 한국의 콘텐츠 상품에 대한 열풍(烈風)이 불기 시작하자, 2000년 2월 중국 언론에서 이러한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한류(韓流)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시작 자체가 완전히 의도된 상황이 아니었으니, 갑작스럽게 해외에서 열풍(烈風)을 일으킨 한류(韓流)를 바라보는 국내의 시각은 우호적일 수밖에 없었다. 특별히 정책을 펼치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드라마, 영화, 음악 등을 찾아서 즐기는 외국인들은 자연스럽게 관련 상품 구매와 국내 관광을 통해 국익(國益)증진에 도움이 되었고, 대한민국에서 한류(韓流)는 애국의 아이콘(icon)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최근에 KBS에서 종영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살펴보면, 한류(韓流)는 국가에 이로운 현상이라고 규정짓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애국마케팅에 언론만큼은 중립적(中立的) 위치를 지켜야 하지만 KBS는 자사의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한류(韓流) 열풍을 일으키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9시 뉴스에서 나흘에 1번꼴로 총 10건의 보도를 한 것뿐만 아니라, 태양의 후예에서 주인공 유시진 역을 맡은 배우 송중기를 직접 언론에 출연시켜 인터뷰하기까지 이르렀다.
한류(韓流)에 대한 맹목적인 긍정보도는 사람들의 가치판단을 흐리게 한다. 과거 겨울연가, 대장금 등의 드라마로 1세대 한류(韓流)가 휩쓸고 지나갔던 일본에서는 우익(右翼)들을 중심으로 한 혐한류(嫌韓流) 운동이 적지 않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연예인이 일본에 오면 직접 죽이겠다는 발언을 하거나, 한국 드라마의 편성표가 줄어드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고조되었지만, 막상 언론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거나, 일부 우익(右翼)들의 발언이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보도함에 따라 문제의 원인을 따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 여겼다. 또 다른 예로는 떡볶이로 음식의 한류를 이끌려고 했다가 실패한 것을 말할 수가 있다. 2009년 언론에서 떡볶이가 외국인들한테 인기 있다는 잇따른 보도에 따라, 정부는 음식의 한류(韓流)를 이끌 중심지로 떡볶이를 선정하고 연구소를 창설해 5년 동안 14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한류(韓流)에 대한 근본 없는 믿음만 존재함에 따라, 떡볶이가 세계화(globalization)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인 외국인들의 입맛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연구가 진행되었다. 결국, 음식의 한류(韓流)를 이끌기 위해 추진한 프로젝트는 헛것으로 돌아갔고, 외국인들의 취향을 벗어난 떡볶이들만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산업 중에서 문화콘텐츠(culture contents)는 도저히 때려야 땔 수 없는 존재이며, 그 중심에 한류(韓流)가 있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독자적인 문화콘텐츠(culture contents)가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어들일 수 있고, 세계화(globalization)의 흐름에 잘 스며들어 간다면 우리나라의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아주 좋은 자산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 대한 비판 없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언론의 보도와 우리의 생각들은 좋은 콘텐츠로 완성될 수 있는 기반을 끊어버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문화현상들을 바라볼 때 비판 없이는 제대로 된 가치판단(價値判斷)을 할 수 없다. 한류(韓流) 역시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그 가치를 받아들여야 하며, 이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이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허와 실(truth and falsity)을 제대로 구분 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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