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새로운 영웅 스포츠 스타

고대 그리스의 영웅(hero) 서사시(敍事詩)인 호메로스(Homeros)의 ‘일리아드(Iliad)’, ‘오디세이(Odyssey)’에서는 트로이 전쟁 일부분과 오디세우스(Odysseus)가 10여 년에 걸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갖은 고난(苦難)과 역경(逆境)을 이겨내고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고 사회적 위치를 인정받은 영웅(hero)은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한다. 과거에는 영웅(hero)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매체로 책이나 구전(口傳)을 사용하였다면, 현대에는 영웅(hero)이 될 인물의 삶, 업적 등을 조명하는 것으로 매스미디어(mass media)가 주로 사용된다.

크리스토퍼 보글러(christoper vogler)의 영웅 서사 12단계에서는 평범한 인물이 모험에 도전하게 되고 조력자(助力者)를 만나 관문(關門)을 통과하지만, 또 다른 시련 속에서 고난(苦難)을 얻다가 결국에 이를 이겨내고 보상을 얻고 무사히 귀환(歸還)한다. 하지만 그 끝에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큰 위기를 겪지만 결국에 이를 이겨내고 무사히 귀환(歸還)에 성공한다. 이런 영웅 서사는 주로 책, 영화 같은 매체에서 주로 다루는 구조지만, 실제로 현실에서도 영웅 서사와 비슷한 삶을 살아온 인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매스미디어(mass media)를 통해 보여주는 스포츠(sports)에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방송에서 보이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축구 스타 박지성 선수의 모습을 돌이켜 보면 보글러의 영웅 서사 12단계에 부합(符合)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평발에 뛰어난 체격도, 유려한 기술을 가진 것도 아닌 박지성은[1단계-평범한 세계]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일약 인기 대열에 오른다.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으로 이적하며 유럽 진출에도 성공한다. [2단계-모험의 사명(使命)] 그러나 그는 무릎부상으로 부진을 거듭하다 홈팬들의 야유와 팀 동료의 노골적인 비난까지 받는다. [8단계-고난(苦難)] 거스 히딩크(Guus Hiddink) 감독의 믿음과 배려로 서서히 기량(器量)을 회복한 박지성은[4단계-스승과의 만남] 에이스로서 맹활약한 후 영국 맨유로 이적한다. [9단계-보상] 현지 언론은 ‘동양에서 온 유니폼 팔이’라며 혹평(酷評)을 쏟아냈지만, [6단계-시험, 동맹, 적군] 퍼거슨 감독과 동료들의 믿음으로 무난히 적응에 성공한다. [7단계-동굴로 접근] 박지성은 거친 EPL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능력에 집중한다. 체격을 키우고, 왕성한 활동량과 공간창출능력을 극대화했다. [11단계-부활] 묵묵히 훈련한 끝에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결승 골을 터뜨리며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한다. 최고 활약을 이어가던 박지성은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를 거쳐 친정팀 PSV로 복귀한다. 전설이 된 박지성은 명예롭게 은퇴한다. [12단계-영약을 갖고 귀환(歸還)]

현실의 사회는 소설처럼 뛰어난 능력을 갖춘 영웅(hero)의 힘으로 한순간에 사회구조와 모순(矛盾)을 부수고 유토피아(utopia)를 실현하지는 못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영웅(hero)에 열광하는 것은 남들과 똑같이 평범한 위치에서 시작한 사람이 어느새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고,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것을 보고 자신이 그런 것처럼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영웅은 언제나 어두운 사회일수록 사람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법이다. 매스미디어(mass media)에서 보여주는 영웅의 모습을 좇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과연 이런 사회의 영향 때문인지는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