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직업에 귀천(貴賤)이 없다고 많이들 말하면서 남자들과 여성들이 해야 하는 일에 구분을 지으며 살아간다. 전통적인 편견(偏見)의 시발점은 남자는 이성(理性), 여성은 감성(感性)이라는 이분법(二分法)적인 구분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차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남성은 이성을 관장하는 좌뇌(左腦)가 발달했고 여성은 감성을 담당하는 우뇌(右腦)가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효율성에 따라 성별에 따른 직업의 차이를 두었다. 한정된 재화(財貨)로 최대의 이윤(profit)을 이뤄내야 한다는 자본주의(capitalism)식 마인드는 남녀 간의 생물학적(biological) 차이를 근거로 남자는 힘이 많이 들거나 이성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일, 여자는 힘이 적게 들고 사람을 대하는 감성이 필요한 일 등으로 인간 개별이 가질 수 있는 직업선택의 기회를 제한하였다.
자본주의(capitalism) 사회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관(values) 중 하나는 이성이다. 재화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것들이 상당히 많은데 합리적 결정을 내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이성적 판단이다. 과거부터 이런 가치판단의 주요 결정자로는 언제나 남성들의 인구수가 여성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 경제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사회 풍조 속에서 그 흐름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남성인 것은 성차별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장하는데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90년대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영화의 메인 플롯(main plot)과 사건들을 끌 고가는 역할은 모두가 남성이다. 여성은 남성의 힘을 돋우는 장치 또는 도구로 사용되면서 쟁취하고 소유(所有)해야 할 대상으로만 표현된다. 94년도에 개봉된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보면 성공으로 가는 길을 걷는 주인공들은 모두 남성으로 표현된다. 주인공 ‘검프’를 포함하여 긍정적인 느낌을 전해주는 캐릭터는 모두 남성이다. 반대로 ‘검프’의 오랜 소꿉친구이자 연인인 ‘제니’는 혼자서는 성공의 길을 가지 못하고 끝없이 방황하며 필요할 때만 ‘검프’를 찾아오고 다시 버리는 등 부정적 이미지의 캐릭터로 묘사되어있다. ‘제니’는 언제나 성공만을 바라고 수많은 남자를 거쳐나가는데 결국 ‘검프’가 성공하자 그 곁으로 돌아와 조용히 숨을 거둔다.
경제구조가 사회 전체를 흔들어가고 자연화 시키기 위해 대중매체(mass media)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세뇌(brainwashing)해 나감으로써 가정에서까지 이런 차이가 당연시 여겨지게 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 하나하나마다 새겨진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히 남자는 생계유지 여자는 가정을 돌봐야 한다는 전통적 가치관에 얽매여있다. 이런 구분법은 남자는 밖에서 생계를 위해 투쟁하고 이를 안에 있는 여자가 보살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으로까지 뻗쳐지게 된다. 남성이 밖에 나가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오는 것이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생각은 여성이 수동적으로 지켜짐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왜곡(歪曲)되기가 쉽다. 옛날 속담 중에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말도 수동적 존재인 여성은 잠자코 있으라는 남성우월주의 사상이 그 사회에 얼마나 깊게 녹아 들어있는지를 알 수 있다.
불필요한 차별은 결국 양성 간의 쓸데없는 혐오(hate)와 논쟁(dispute)의 거리를 만들어주기에 십상이다. 사회 속에 깊게 뿌리 내어진 차별을 이제는 조금씩 바꿔나갈 시기가 된 것이다. 조그마한 돌이 잔잔한 호수에 큰 일그러짐을 만들 듯이 우리들의 자그마한 변화들이 사회의 큰 모순과 편견을 바꿔나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