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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사고 / / 2017. 8. 20. 23:16

상업화된 문화

얼마 전 인기리에 성행한 아이돌 경연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이 매화마다 제기되는 수많은 논란 속에서 무사히 끝을 마쳤다. 대중들의 문자 투표를 100% 반영해 생존(生存)이 결정되는 오디션 구조는 수많은 사람들의 흥미와 이슈몰이를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101명의 사람들이 모두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 10% 11명의 사람들만이 살아남아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하게 되고 그 외에 90명의 사람들은 한때의 이슈몰이의 희생양(犧牲羊)이 되는 셈이다. 그들은 출연료도 받지 않고 오직 연예인이 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매화 뼈를 깎는 노력으로 무대에 선다. 원하는 아이돌 연습생을 살리기 위해선 수많은 사람들의 문자(sms 사용료 100)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이것은 매 시즌마다 논란과 이슈를 일으키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정형적인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매 시즌마다 반복되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보고 곳곳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진다. 2015년에 방송한 쇼미더머니시즌 4에서 논란이 되었던 프로듀서 버벌진트의 판정 번복, 래퍼 블랙넛의 일베 의혹, 래퍼 송민호의 여성 혐오 가사 논란과 Mnet의 거듭되는 악마의 편집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을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는 우려 섞인 말이 하나둘 나올 만큼 경연 방송의 노이즈마케팅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시즌이 바뀌어 갈수록 본연의 모습을 하나둘 잃기 시작하는데. 대한민국에서 힙합을 대중화시키겠다는 쇼미더머니의 취지는, 이제 자극적인 내용과 콘텐츠로 수많은 대중을 열광시키겠다는 상업적인 의도만 남아있고, 프로그램의 본연의 모습은 온데 간 데 사라져버렸다. 이렇듯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시즌이 바뀔 때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래퍼들의 비율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어느새 쇼미더머니는 대중들에게 잊힌 한국의 래퍼들이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어버렸다. 쉽게 비유하자면 쇼미더머니는 대기업,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는 중소기업 그리고 래퍼들은 구직자라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에 있던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대기업에 취직하고자 무한 경쟁하는 모습이 된 셈이다. 대기업은 이익 창출을 위해 그들을 계속해서 경쟁시키고, 그것들을 통해 수익을 얻기 위해서 자극적이고 새로운 요소들을 하나둘 집어넣는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스눕독의 싸이퍼(Cypher) 미션이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전에 아무런 공고 없이 갑자기 참가자들을 모아놓고, 10분 안에 8마디의 랩을 심사위원인 스눕독한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과 동시에, 이 자리에서 4명의 래퍼가 탈락하게 되는 시스템을 만든 Mnet의 생각은 그야말로 연일 쇼미더머니를 이슈의 중심에 서게 만들었다. 미션을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은 심사위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일부러 랩을 길게 하고 다른 사람의 마이크를 뺏어가면서, 방송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도덕성도 지키지 않은 채 미션에 참여하게 되었다. 기존 체제를 저항하는 문화(文化)의 아이콘인 힙합이 자본(資本)이 차려놓은 먹음직한 밥상 앞에서 굴복하게 된 셈이다.

 

문화(文化)의 상업화(商業化)는 자본(資本) 앞에서 모든 것을 정당화(正當化) 시킨다. 문화(文化)의 다양성(多樣性)도 상업화(商業化) 되기 위해서 획일화된 상품이 되어도 상관이 없고, 인간의 최소한의 도덕성도 자본(資本) 앞에서는 불필요한 존재로 전락되어버린다. 인간이 창조한 돈이 오히려 사람들을 지배하는 주객(主客)이 전도(顚倒) 된 상황 속에 우리들은 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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