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여타 법률 드라마랑 어떻게 다른가?
우연히 유튜브에서 온 알고리즘을 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란 드라마 클립을 보게 되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배우 박은빈이 자폐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변호사 주인공인 우영우를 연기하며 벌어지는 법률 드라마이다. 지금껏 법률 드라마는 많이 생산되었다. 마녀의 법정, 무법 변호사, 소년 심판 등 다양한 법률 드라마들이 제작되었고, 이제 법률드라마 자체가 생소한 소재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여타 법률드라마랑은 명확한 차이점이 있다. 바로 주인공이 자폐스펙트럼을 알고 있는 점이다.
자폐스펙트럼을 알고 있는 사람과 같은 반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 당시는 중학교 때였는데, 뭔가 말이 통하면서도 조금은 이상한 게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 편이고, 자폐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그 친구는 자연스레 다른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했다. 하지만, 왕따를 겪고 있음에도 본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자기만의 세상에서 재밌게 노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나 역시 학창 시절에 적잖은 따돌림을 받았는데,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고, 당시는 정말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그 친구는 언제나 명랑했다. 난 그게 이상하면서도 몹시 부러웠다.
2. 자폐스펙트럼을 앓고 있어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다른 장애에 비해 자폐증은 더욱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과 거리감을 만든다. 다른 장애가 신체의 일부가 불편하고, 후천적으로 장애를 겪은 비율이 높은 반면, 자폐스펙트럼은 선천적으로 발생한 장애라 자신과 거리감이 있다고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특히 정신적으로 차이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가장 큰 편견을 가지기 쉽다. 이유는 정신적으로 차이가 있는 사람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어, 불확실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이건 진화과정에서 발달하게 된 건데, 야생상태에서 불확실성이란 예측하지 못한 포식자의 위협이나 질병 같은 일이다. 당연히, 자연 상태에서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불확실성을 피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우영우는 조금 특이한 사람 정도로 묘사된다. 지나가다가 갑자기 소리 지르고 계속 웃는 내가 인식하고 있는 자폐증을 가진 사람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만약 드라마에서 우영우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혼잣말을 계속하고 있었다면, 우리는 이렇게나 우영우에 열광할 수 있었을까?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과 우영우는 일부 차이가 있지만,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이라기보다는 엄청 똑똑하지만, 순진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녀가 스스로에 대해 독백하는 것만 봐도, 자신의 상황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 점이 우영우와 우리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으로 느끼게 하는 점일 것이다. 실제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환자가 우영우처럼 생각하는지는 나는 잘 모른다. 또한, 드라마이기에 일부러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게 우영우를 설정한 것일지도 모른다.
3. 과하지 않은, 힐링 드라마
예전에 어떤 예능에서 모가수가 '삶이 힘들 때는 발라드가 인기가 떨어진다.'라는 말을 한 게 기억난다. 진짜 힘들 때는 감정을 우울하게 하는 발라드는 더 깊은 곳으로 침전하는 느낌이라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신나는 노래를 듣는 것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지 않을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검색하면, 관련된 리뷰로 힐링 드라마라는 키워드가 나온다. 과하지 않은 자극으로 마음이 힐링된다는 이야기다. 근 몇 년 동안 힐링은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고, 자극적이고 뛰어난 연출의 드라마가 인기가 많았다. 그럼 지금에 와서야 다시 힐링이 뜨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로 돌아가 보자.
2009년쯤부터였을까, 힐링에 대해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011년에는 힐링캠프라는 예능이 방영되면서, 소소한 힐링을 사람들이 원했다. 그때가 어떤 시대인가?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폭락하고, 덩달아 한국의 주식시장도 폭락한 시기였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취업난이 많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할 시기였다. 삶이 힘드니 사람들은 일상에서 힐링을 찾으려고 했고, 관련된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다.
2020 ~ 2021년은 코로나19의 발발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었지만, 또 반대로 유례없는 저금리와 현금 살포로 인해 금융시장이 엄청난 활기를 띈 시기였다. 당시 코스피는 최고점인 3,300을 찍었지만, 현재 코스피는 2,300 정도이다. 그 당시는 모두가 주식시장과 암호화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주식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현재 주식은 고점 대비 반토막 난 게 많고, 믿었던 미국 시장마저 큰 폭락을 겪었다. 최근 회사에서도 주식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또,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물가는 상승하고, 경기침체가 온다는 이야기가 뉴스에서 계속 나오면서 사람들의 심리는 더욱 주춤하고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우울이 쌓이니, 현재 상황을 극복하려고 힐링과 관련된 내용을 많이 찾아보는 것으로 추측된다. 대 힐링 시대의 포문을 연 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자기 계발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 트렌드에서 다시 힐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4. 콘텐츠 하나가 플랫폼을 살린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얻으면서 덩달아 우영우를 어디서 볼 수 있는지 물어보는 글도 늘어났다. 우영우는 ENA채널이라는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된다. 지난 4월 skyTV에서 리 론칭되었고, 새로 생긴 채널이라 인지도도 낮다. 케이블마다 볼 수 있는 번호(스카이라이프_1번, 올레티비_29번, Btv_40번, Utv_72번)도 다르다. 이런 채널에서 방영한 드라마가 4회 만에 시청률 5%를 넘긴다는 건 경이로운 상승세이다(1화 시청률 0.9%).
잘 만든 콘텐츠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는 최근 SNL과, 어느 날, 안나, 스포츠 중계 등을 통해 2021년 68만 명의 사용자 수가 2022년 355만 명으로 418%나 상승했다. 2020년 넷플릭스도 오징어 게임으로 가입자수가 늘어났다. 이처럼 좋은 콘텐츠는 플랫폼을 먹여 살리는 가장 좋은 지름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로 콘텐츠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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