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해지고 싶어, 그래서 돈이 많이 필요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보편적으로 듣는 말이자 거부할 수 없는 진리와도 같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열심히 돈을 번다. 돈이 많으면 많은 물건을 살 수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사랑하는 애인과 근사한 데이트도 할 수 있다. 결국 우리의 삶은 행복으로 귀결된다. 아리스토렐레스가 말한 것처럼 인생의 제1 목적이 행복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정말?
이 주장은 조금 신박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나름 고려해볼 만한 내용이라 책의 내용을 인용해 말하고자 한다. 서은국 교수가 쓴 ‘행복의 기원’이란 책을 보면 우리가 가장 숭고하게 여기는 가치인 행복이 목적이 아닌 수단에 불과하다고 한다. 여기서 수단이란 생존에 도움 되는 행동을 위한 진화적 작동 기제란 뜻이다. 예를 들어 생존에 도움 되는 행동(번식, 음식 먹기, 수면) 등을 할 때 행복감을 느끼는 개체와 그렇지 못한 개체가 있다고 하자. 행복감을 느끼는 개체는 생존에 도움 되는 행동을 할 때 나오는 쾌락 감이 만족스러워 계속해서 그 행동을 할 것이다. 반면 그렇지 못한 개체들은 굳이 그 행동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행복감을 느끼는 개체들이 훨씬 생존에 유리한 행동을 하였을 테고, 이들이 개체의 다수가 되는 건 진화적으로 볼 때 타당한 일이다.
그렇다면 내 주장에 대해 이런 반박도 있을 수가 있다. “메슬로의 욕구 피라미드를 볼 때 우리의 욕구는 생리적 단계가 채워지면 점점 자아실현의 욕구로 나아간다. 그렇다면 자아실현의 욕구가 생존에 직접적으로 도움 되는 행동은 아닌데, 인간은 왜 이런 행동으로 행복감을 느끼는가?”
이 주장은 쉽게 보면 맞는 말처럼 말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욕구를 피라미드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일 수 있다. 인간의 메커니즘은 게임처럼 1단계를 클리어하면 2단계로 나아가는 것처럼 선형적으로 되어있지 않다. 또한, 자아실현의 욕구를 이루려고 하는 마음 내면에는 생존과 관련된 욕구 때문일 수도 있다. 야생의 세계를 예로 들어보자. 야생에서 암컷은 모두 번식을 하지만, 수컷 모두가 번식을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수컷은 일부 개체의 번식 횟수가 탁월하게 높고, 대다수 수컷은 번식하지 못한다. 우두머리 침팬지의 경우를 보면, 대장 수컷은 여러 명의 암컷과 짝짓기를 한다. 즉, 자신의 지위가 높아질수록, 번식에 이점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다.
인류의 이야기로 들어볼 때 역사적으로 위대한 위인들은 여성편력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마틴 루서 킹의 경우, 상당한 여성편력증을 가지고 있었으며, 파블로 피카소와 같은 예술인도 마찬가지다. 또한, 메슬로 역시 후에 자신의 욕구 피라미드는 잘못되었다고 스스로 시인하기도 했다.
내가 말한 주장에 대해 많이들 불편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필자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이 너무나도 숭고하고 가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접근법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행복은 크기보다는 지속성이다. 절대적으로 큰 10 행복 가치를 하루 느끼는 것보다 3 행복 가치를 오랫동안 느끼는 게 개인적으로 볼 때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 인생에서 많은 부를 이뤄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해, 평생을 고통 속에 보내는 건 결코 행복한 일이라 할 수 없다. 적당한 돈이 행복을 만드는 데 도움이되는 건 확실하지만, 과하게 가질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행복함을 얻으려 열심히 돈을 모으려 고통받는 것보다,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에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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