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합니다'란 말이 있다.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말로, 문과생의 힘든 취업률을 비꼬는 단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어, 많은 일들이 로봇, 인공지능에 의해 자동화되고 있다.
반면 정 반대의 이야기가 나오는 곳도 있다. 바로 개발 직군이다. 개발자 직군에서는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가 없다고 한다. 2021 ~ 2022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안 그래도 높은 개발자 직군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필요한 인재라고 생각되면, 스타트업, 대기업 가리지 않고 초봉 5천만 원을 줘서라도 데려가려고 하는 기업이 많았다.
문과로서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문과의 경우 현실적으로 초봉 3,000만 원도 받기 힘들다. 중소기업 같은 경우는 초봉을 2,400 ~ 2,600만 원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하지만, 이런 일자리도 경력 없는 문과 사회초년생은 받지 않으려 한다.
또, 고연봉을 주는 문과직종은 경쟁률이 상당하다. 나는 언론고시를 준비하던 사람이었다. 2018년 SBS 아나운서 신입 공채의 경우 지원자가 무려 2,000명이 넘었다. 그중에서 실질적으로 뽑은 사람은 1~2명 정도니 경쟁률이 최소 1,000대 1인 셈이었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살인적인 경쟁률 속에서 언론고시를 준비한다. 문과의 경우 이런 일이 일상다반사다.
자 그럼 이 글을 읽은 문과는 아마 지금이라도 개발자로 전향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개발자로 전향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해도,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는 수요와 곡선이다. 물건의 가격은 수요가 늘어날수록 올라가고, 공급률이 줄어들수록 더 올라간다.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이 심해 진건, 시장에 돈이 많이 풀려 수요는 늘어났지만, 공급량은 줄어들어 생긴 현상이다. 개발자의 연봉도 마찬가지다. 능력 있는 개발자의 공급량은 정해져 있는데, 수요는 폭발했기 때문이다. 왜 수요가 폭발했을까?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력이 개발자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이야기하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5G 등은 개발자 없이 불가능한 일들이다.
공급은 왜 많이 늘어날 수 없을까? 프로그램 개발이란 것 자체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국비지원으로 잠깐 동안 파이선 교육을 들어봐서 개발자 세상을 아주 조금이나마 들쳐봤다. 그때 내가 깨달은 '아무나 개발자가 못 되는 이유'는 아래와 같았다.
1. 개발자는 할 수 있어도, 능력있는 개발자의 핵심 능력인 논리적인 사고는 많은 훈련을 거쳐야 한다.
2. 개발 언어는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이기에, 익숙하지 않은 언어를 새로 배워야 한다.(외국어를 처음 배울 때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자 이 2가지 중 2번째 영역은 단기적인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1번의 경우는 장기적인 훈련이 필요한 영역이다. 논리적 사고 능력이란 수학적 사고능력과 비판적 사고능력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원래 인간에게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하루아침에 완성될 수가 없다(수포자가 그렇게 많은 이유를 한 번 생각해보자).
물론 수학을 못해도, 개발자는 될 수 있다. 또, 문과라고 해서 돈을 많이 버는 개발자가 못된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정말 개발자가 되고 싶다면, 험난한 일이라도 도전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도 일을 하면서 틈틈이 개발을 배우고 싶어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있고, 미래 사회에서는 조금이라도 개발을 할 수 있는 능력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상당한 임금 격차가 발생할 것이다. 생각해보자, 인공지능이 발전하더라도, 그걸 사용하는 건 인간이다. 인공지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관련된 지식이 기반되어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취업이 어렵고, 돈을 많이 받고 싶어서 개발자가 되길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냉정히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문과 인력들이 취업이 힘들고 저임금을 받는 건, 그 일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공급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문과를 나온 사람들이 하는 일은 특수 전문직을 제외하고는 대게 저평가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느 직무에서라도 일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성과를 내는 사람도 극히 소수다. 어느 직업을 가지고 있든 간에,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 고성과를 내고, 관련 직무에서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된다면,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이건 문과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대체 불가능하다는 게 무슨 말일까? 쉽게 생각하면 마케팅적으로 자신을 차별화하라는 말이다. 내가 예를 들어 서비스 직종이라고 하면, 남들과 똑같이 정해진 업무만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영업을 해 내가 속한 곳의 매출을 2배 올리거나, 회사의 브랜딘을 도맡아 해 인지도를 높인다는 등, 자신의 가치를 차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즉, 자신을 상품으로 생각하고 특장점을 명확히 차별화하는 게 필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게 상품이 될 수 있고, 그것들을 교환해 돈을 창출할 수 있다. 이는 채용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사 입장에서 당신을 매력적인 상품으로 느끼게 브랜딩 해라. 그러면 연봉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면, 자신을 브랜딩하기 위해 성과를 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남들이 하던 프로세스, 방식으로만 일한다면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 사람들의 생각은 대게 비슷하고, 비슷한 지점에서 포기한다. 비슷한 방식으로 포기한 사람들의 말을 자주 듣고 일을 한다면, 늘 애매한 성과만 쌓인다. 애매한 성과로는 이직할 때도 연봉을 많이 받을 수가 없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만약 당신이 회사의 인사담당자라면, 회사의 핵심 인력을 뽑는 게 자신의 KPI일 것이다. KPI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마지못해 애매한 성과를 낸 사람을 뽑게 되더라도, 많은 비용을 치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왜일까? 비교할 수 있는 대체 군이 많기 때문이다.
윈도 OS가 담긴 노트북은 정말 많고, 비교군도 많다. 하지만 맥 OS가 담긴 제품은 애플에서만 구매해야 하며, 비교군도 없다. 당신이 맥 OS가 필요하다면, 어떤 값을 치르더라도 애플에서 제품을 살 수밖에 없다. 이게 대체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이 글의 결론은 '취업이 쉽고, 연봉을 많이 받으려는 이유에서 개발자를 하길 원한다면, 그 생각을 접어라. 차라리 자신이 현재 잘할 수 있는 직무에서 스스로를 차별화해 몸값을 높여라. 하지만, 개발을 한 번쯤 배워보는 건 추천한다.'이다.
개발자가 될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은 개발이 너무 어려울 거 같아서 고민한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는 모두가 개발자가 되지는 않아도, 개발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일하기 쉽다. 그러니 교양 차원에서라도 코딩을 배워보길 권장한다. 누가 알겠는가? 막상 해보니 취향에 맞아서 개발자로 전향하게 될지? 하지만 행동하지 않는다면 고민만 계속 쌓여가고, 삶이 계속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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