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번아웃 증후군이란?
살면서,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말을 한 번씩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 상황을 쉽게 표현하면 몸의 에너지가 완전히 빠져 모두 소진된 거 같은 느낌이다. 겪어 본 사람은 번아웃 증후군이 어떤 것인지 느낌이 알겠지만, 겪어보지 않는 사람은 번아웃 증후군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를 것이다.
번아웃 증후군은 열정적으로 일에 몰두한 사람이 어느 날, 극도의 신체, 정신적 피로를 겪고 자기혐오와 무력감에 빠지게 되는 증상을 말한다. 즉,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번아웃 증후군에 취약하다. 번아웃 증후군이 쉽게 걸리는 사람은 남들보다 일을 잘하려는 욕망이 가득 차 있다. 그렇기에 평소에도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찾는데, 누구보다 진심이다. 특히 평소에 열정이 가득한 사회초년생의 경우 번아웃 증후군에 빠지기 쉽다.
2. 나에게 찾아온 번아웃 증후군
나도 번아웃 증후군에 걸린 적이 있다. 대학교 다닐 시절에는 공모전이나 대외활동에 몰두하고 나서, 성공적으로 끝나고 난 뒤에 며칠간 아무것도 하기싫을 만큼 에너지가 모두 소진된 적이 있었다. 대학교 시절에는 약한 번아웃 증후군을 겪었지만 회사생활을 하고 나서는 바쁜 일정으로 연차를 쓰기도 쉽지 않아서, 번아웃 증후군에 더 취약했다.
사회생활하면서 번아웃이 찾아온 건 입사 한지 11개월쯤 지났을 때였을까? 당시 나는 영상팀 메인 PD로서 회사의 모든 영상 업무를 담당했다. 사회초년생으로서 가볍지 않은 업무를 맡다 보니, 책임감도 막중했고 체계를 잡아가는 와중이라 일도 많았다. 여러 가지의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맡다 보니, 물리적으로 업무 할 시간이 부족했고, 아무리 빨리 처리해도 일이 늘 쌓여만 갔다.
그러다 보니, 퇴근하고 나서도 업무에 도움 될만한 정보를 찾는 게 일상이었고, 주말에도 콘텐츠에 도움될까 싶어서, 마케팅 책을 찾아보기도 했고, 개인 유튜브도 운영해서 실무에 도움 될만한 인사이트를 얻으려고 했다. '나'라는 사람의 에너지는 한정되어있다 보니, 힘에 부치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다. 또한, 성격상 남에게 일을 잘 맡기지 못하는 편이다 보니, 모든 일을 내가 맡아서 처리하려고 해서 분업도 잘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의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되어버렸다.
3. 그날 아침 삶이 달라졌다.
그날 아침은 정말 이상했다. 일어나서 출근을 생각하니, 헛구역질이 올라왔고, 출근하기 싫어 교통사고라도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회사에 도착하고 나서는 말이 안 나왔다. 정확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입에서 말을 내뱉는 행위 자체를 할 수 없었고, 아주 가벼운 소통도 힘들었다. 나는 당시 entp성향이라서 말하는 거에 전혀 어려움을 겪지 않았고 오히려 수다스러웠다. 그런 내가 말을 할 수 없다니?! 처음 겪는 기분에 스스로도 당혹스러웠다.
내 이상한 낌세를 눈치챈 이사님이 나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았고, 바로 면담을 하자고 했다. 이사님은 대체 무슨 일이 있는지 털어보라고 했다. 나는 한동안 말을 못 했다. 말 한마디를 꺼내는데 너무나도 많은 에너지가 들었다. 이사님은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하라고 했고, 내 표정이 너무 좋지 않으니 당장 쉬라고 했다. 그리고는 2주의 시간을 주고 충분히 쉬다 오라고 했다. 나는 너무 고마웠지만, 그렇게 오래 쉬면 회사 일이 잘 돌아가지 않을 거 같아서, 1주일만 쉬겠다고 말을 했다. 이사님은 알겠다고 말하고, 바로 대표님한테 허락을 받아왔다.
점심시간이 되어, 혼자서 산책했다. 몇 보 걸었을까? 갑자기 마음속에서 격정적인 감정이 흘러내렸다. 폭풍처럼 다가온 감정은 내 눈시울을 붉혔고,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선릉역 주변을 정처없이 걸어 다녔다.
일주일의 휴식기간 동안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사람이랑 대화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 부모님게 전화가 오면 괜찮아지면 연락하겠다고 했다. 핸드폰은 거의 꺼놓았다. 일주일 동안 쉬면서 누워있거나, 아니면 2시간 이상을 걸어 다녔다. 내가 번아웃에 걸린걸 안 인사과 이사님께서 무작정 걷는 게 번아웃에 최고의 대책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었다. 그 말을 듣고 무작정 하루에 최소 2만보씩 걸었고, 걸을 때마다 몸이 괜찮아지는 게 느껴졌다.
4. 내가 깨달은 번아웃의 해결방법
그때 번아웃과 관련된 책을 읽었는데, 책 제목이 인상적이라서 보자마자 구입해 순식간에 읽었다.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란 제목이었는데, 이 책에 따르면 나같이 늘 쉬는 걸 죄악시 여기면서 자기 계발에 시간 쓰는 사람들은 이미 번아웃 증후군에 걸린 상황이라고 했다. 즉, 만성 번아웃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신이 견딜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 폭발해 버린 셈이었다.
내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나서는 스스로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원하는 게 과연 무엇일까? 고민을 하다가 내린 결론은 일과 관련된 게 아니라, 순전히 내가 관심가지던 새로운 걸 배워보자였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걸 해보자! 그게 지금의 나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민만 하던 코딩을 배워보기로 마음먹었다. 내일배움카드로 파이선 교육강좌를 신청했고, '코딩 머신 구매'라는 자기 합리화로 13인치 m1맥북프로를 구매했다.
28년 동안 윈도와 안드로이드만 쓴 나에게 맥북은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모든 게 어색했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새로운 배움이었다. 코딩도 마찬가지 었다. 처음에는 문법이 하나도 외워지지 않아서 혼란스러웠다. 너무 어려워서, 정말 내가 이걸 배우기로 한 게 잘한 선택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겪다 보니, 내 안에 가득 쌓인 번아웃의 구름이 서서히 걷혀갔다. 어느새 예전처럼 활기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번 번아웃을 겪고 나니, 스트레스 관리가 이전보다 쉬워졌다. 번아웃 증후군이 결과적으로 나를 더 성장시킨 셈이었다.
번아웃은 마음의 감기와도 같다. 감기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그러니 지금 당장 모든 에너지가 사라져서, 우울하더라도 시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 그리고 아픔이 사라지고 나면, 번아웃의 항체가 생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개선점을 파악해 적용한다면, 스트레스 관리 능력이 이전보다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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