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달콤한 과일과 같다. 서로 간에 얽힌 감정이 한데 모이면 비로소 한 그루의 과실을 꽃피운다. 노력 끝에 딴 열매는 세상 그 무엇보다 값지고 달다.
실패한 사랑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썩은 과일이다. 농부가 아무리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도 끝내 수확하지 못한 열매는 쓸모없다.
내 사랑은 언제나 썩은 과일이다. 달달함의 향기는 나 혼자만 맡고 자연히 과실이 맺히리라 생각했다. 눈앞에 덩그러니 놓인 비틀어진 거죽 데기를 보는 날엔 집구석에 틀어박혀 오열했다.
삶은 고통의 순간이라 하던 부처의 말이 뼛속같이 스며들 정도로, ‘이 아픔을 끝내고 싶다.’ 다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과수원을 접으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 과일 대신 채소로 아니면 고기로도 달달함은 느낄 수 있다.
대처할 방법은 많다. 그런데도 나는 왜 과일을 고집하는가? 다른 것들론 느낄 수 없는 색다름이 있다. 첫맛은 밋밋하지만 갈수록 중독되는 그 맛. 때론 폭풍에 열매가 후두두 떨어지고 수확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지만, 난 이미 이 순간에 주어진 행복에 빠져서 나올 수가 없다. 오늘 과일 따기에 실패해도 또다시 과수원 앞에 서 있는 내 모습.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고 익숙한 일이다.
인간이란 그런 동물이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