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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수필모음 / / 2017. 9. 18. 02:15



끔찍한 냄새의 향내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까마득한 조상님 때부터 불교집안인 우리가족은 매달 절에 가는 게 일상이다. 어린아이가 느끼기에 절이란 공간은 재미랑은 거리가 먼 어른들의 세상이다. “너 또 밖에 있을 거니?” 나는 유희라곤 조금도 없는 절 안에 들어가는 걸 극도록 싫어한다. 어머니는 내가 찜해둔 장난감을 이번에는 꼭 사준다고 절에 한 번 들어가자고 애걸복걸했지만 깔끔히 무시했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뒤로 하고 나는 사찰 밖의 조그마한 연못가로 뛰어갔다. 이곳은 부모님을 따라왔지만, 절에 들어가길 싫어하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집합소 비슷한 장소다. 내 또래로 보이는 아이들은 물가에 앉아 모래를 만지며 놀거나 주위에 흩어져있는 돌들을 주워 연못에 던지곤 했다. “얘 너도 엄마 따라서 억지로 왔니? 거기 혼자 있지 말고 우리랑 같이 놀자!” 가만히 물가만 바라보고 있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주위에서 잘 뛰어 놀고 있던 아이들이 하나 둘 주위로 몰려왔다. “됐어 나 혼자 내버려 둬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껄끄러워했던 나는 퉁명한 어투로 대답했다. 그것을 보고 있던 대장 격으로 보이는 한 남자아이가 억지로 내 손을 붙잡고 끌고 갔다. 나보다 얼굴 1개 정도 더 큰 아이는 어찌나 팔심이 강한지 손목에 멍이 들 정도로 아팠고 나는 계속해서 놓아달라고 발악했지만 어림없었다. 그 애가 끌고 간 곳은 연꽃들이 수없이 많이 피어있는 연못 제일 구석 자리였다. 그곳에는 한 여자아이가 혼자앉아 무언가를 만지고 있었다. 나를 끌고 온 그 애는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자신의 비밀기지를 소개했다. 사람들 대하기가 많이 쑥스러운 나는 생각과는 다르게 별로라는 식으로 아이에게 대답했다. 그를 뒤로하고 이 장소를 떠나려는 찰나.“잠깐만 얘 거기 있어 볼래?”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물가에 가만히 앉아있었던 아이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 아이는 조그마한 손을 내밀면서 무언가를 내 손바닥에 쥐어 주었다. 손에서 나는 향기에 나도 모르게 손을 펴보니 그곳에는 연못가에 피워져 있던 연꽃이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뭐야 이건?” “그냥 받아. 다음에는 혼자 놀지 말고 같이 놀자그 말을 뒤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부모님께 가야 된다는 말과 함께 인사하고 저 멀리 떠나갔다.



해가 노을빛에 사라져가는 으스름한 저녁시간. 부모님은 연못가로 나를 데리러 왔다. 부릉부릉 소리를 내면서 차는 어느새 도시의 향기 속으로 천천히 돌아가고 있다. 풍겨왔던 향내가 점점 옅어져 가면서 그렇게 오늘의 일들이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또 다른 냄새가 내 코에 가득 흩어 퍼졌다. 그 냄새는 도시에서도 사찰에서도 느낄 수 없는 생소한 냄새였고 희미하게 느껴지면서도 내 기억에 또렷이 남겨졌다. 아마도 그것은 내 오른쪽 주머니에서 나는 냄새겠지. 싫지도 좋지도 않지만. 점점 중독되는 향이다. 언제 어디서도 맡을 수 없는, 그런 향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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