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쉬운 말.
책임진다는 말은 쉽다.
누군가와 함께 미래를 꿈꾸거나 사랑을 나누는 와중에 내 옆에 있는 그 사람을 보며 우리는 “너를 책임질게”라 말한다.
‘책임’이란 말 참 듣기 쉬운 말이다.
얼굴도 자주 못 보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는 말이란 “취직하고 책임지고 갚을 테니까 돈 몇 푼만 주시면 안 될까요?” 혼자 사는 삶이 각박해 반려동물을 데려오고자 할 때 “제가 책임지고 기를게요.” 책임이란 말 너무 쉽게 뱉어진다.
매일 하는 TV 뉴스에서도 심심찮게 들린다.
“책임지고 사퇴하세요.” “책임지고 물러나겠습니다.”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네.
내 입 구멍에서도 조금씩 꿈틀거린다. “책임질게요.” “책임질 수 있습니다.”
사실 못하면서. 불가능하면서. 역마살 낀 놈처럼 이 두 글자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더 보기도 듣기도 싫은데, 또 말하고 듣는다.
쉽게 뱉지만 쉽게 주워 담을 수 없는.. 참 가오만 넘치는 세상이다.
'감정에 취한 짧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완전한 것들에 대해 (0) | 2018.11.17 |
---|---|
온기 (0) | 2018.11.16 |
만년필을 처음 산 사람의 망설임 (0) | 2018.10.01 |
아픔을 받아들이는 현대인의 자세 (0) | 2018.04.03 |
나의 Star (0) | 2017.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