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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Star

글 쓰는 일을 천직(天職)으로 삼은 지 벌써 7년의 세월이 흘렀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시를 쓴 것을 시작으로 소설, 시나리오, 수필, 비문학까지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써보면서, 흰 페이지에 한 글자씩 써내려가지는 문자의 흐름에 익숙해지고 이 일련(一連)의 행동에 쾌락(快樂)을 느끼고 있음을 깨달았다. 말랑말랑한 상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나는 점점 책을 가까이하고 그 외 매체들은 멀리하기 시작했다. 10, 20대들이 즐겨보는 예능, 드라마 이야기들은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멀게만 느껴졌고 또래 아이들의 문화양식(文化樣式)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애늙은이 소리를 듣고 자랐다. 그런 나에게 타블로의 힙합이 내 몸을 관통할 만큼 깊게 파고들어 오게 된 것은 어쩌면 필연(必然)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글을 쓸 때나 공부할 때 무조건 노래를 같이 듣는다. 음악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와 가사가 하나로 어우러져 곡의 분위기를 나타내면 그 감정선에 취해 영감(靈感)을 얻고 능률이 올라가는 편이다. 특히나 타블로의 노래 가사들은 하나하나 버릴 것 없이 시의 운율(韻律)처럼 리듬감 있게 스토리(story)를 이루고 있다. 타블로의 솔로 앨범 1집인 열꽃 PART 1에 실린 airbag이라는 노래의 가사를 곱씹어보면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카페에 학력위조 의혹(疑惑)을 계속해서 듣던, 당시의 아픈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사 일부분인 혼자 있기 싫은 걸까, 아니면 눈에 띄게 혼자이고 싶은 걸까?’라는 말에는 타인의 손가락질로부터 고통받던 타블로의 외로움이 함축적(含蓄的)으로 담겨 있다. 인터넷상에 올라온 근거 없는 말 하나로 주위 친구들, 팬들에게서 멀어지게 되고 멸시(蔑視)당하던 타블로의 마음이 가사를 통해 내 가슴에 스며들어 울려 퍼지는 것 같이, 주옥(珠玉)같은 문자들의 향연(饗宴)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타블로의 가사에 가장 감명 깊은 것은 힘들었던 고등학교 시절과 군대를 전역 후 갓 복학한 대학교 2학년 때이다. 바쁜 일상에 치여 사람들과의 만남조차도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처럼 느끼고, 계속해서 쌓여 들어오는 일거리를 하나둘 해치우다 보면, 마지막에 남는 건 공허(空虛)한 나 자신밖에 없었다. 속이 빈 껍데기 같은 삶을 살면서, 텅 빈 항아리를 채우기 위해 마음속에서 갈망(渴望)하게 되는, 무언가에 대한 알 수 없는 갈증(渴症)은 계속 커져만 갔다. 근원(根源)을 알지 못했기에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게 되면 이 공허(空虛)함이 사라질 거라 생각된 나는, 식욕, 탐욕, 성욕 등 인간의 1차원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그것이 채워지게 된 후에도 내 곁을 떠나지 않던 공허(空虛)함의 그림자는 어느새 내 몸을 조여와 나 자신의 가치관을 옭아매기에 이르렀지만, 오랜 시간 내 몸에 적응되어왔던 이기적인 행동양식을 나는 쉽사리 깨닫지 못했다.


아픔은 아픔으로 치유한다고 하던가. 한창 힘들었을 시기인 그때 나의 삶에 희망의 불빛을 안겨준 것은 상처받은 타블로의 가사들이었다.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저 우울한 가사로 들리던 노래의 한 구절, 한 구절이 나에게는 마치 일상의 아픔을 공유하는 또 다른 존재가 전해주는 메시지로 들렸다. 지금까지 나 자신도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던 삶을 모습을 대변하는 듯한 가사들은 오랜 시간 겪어왔던 나의 생채기를 바로 치료해주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조금씩 깎아 내려져 심층(深層) 깊은 곳에 빠져있던 자아(自我)의 일부분을 끄집어 올리는 밧줄처럼 피폐해진 나의 정신을 똑바로 차리게 도와주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아픔을 갖고 살아간다. 대부분 사람은 그것을 혼자서 치료하려고 노력하지만, 혼자서 감당하기가 어려운 보다 큰 상처가 여러 겹치게 되면 어느 순간 나 자신을 지탱할 수 없게 된다. 나에게 있어서 그 고통은 무려 22년의 세월 동안 나 자신을 괴롭히고 족쇄처럼 옭아매 왔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해결방안을 찾은 상태이다. 그것이 타블로의 노래 때문인지는 100% 확실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내 인생의 적지 않은 전환점(a turning point)이 되었다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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