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방귀를 뀌지 않았다 (초고) - 리뷰맛집(제품,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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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첨삭 / / 2017. 10. 3. 02:43

누구도 방귀를 뀌지 않았다 (초고)




김일성 총 맞아 피살. 휴전선 방송 "열차 타고 가다 총격받았다" 이는 19871117일 조선일보 기사 1면에 적힌 내용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전국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세계도 이 소식을 주목했다. 조선일보 측에서는 세계최초로 김일성 사망을 보도했다고 자찬했다. 기쁨도 잠시 18일 오전 10시 몽골 공산당 서기장을 영접하기 위해 죽은 줄로만 알았던 김일성이 나타났다. 오보가 생산된 발단은 찌라시처럼 나돌던 김일성 총격설을 조선일보가 총격 사망으로 보도하기 시작하면서이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 다른 언론들은 사망설이라고 단정 지었다. 조선일보는 달랐다. 특종 욕심에 눈이 멀어 사실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 섣부른 판단으로 기사를 생산했다. 전 세계를 뒤흔든 이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는 오보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섣부른 언론 보도는 30년 후 또 한 번 많은 사람을 충격에 휩싸이게 한다. 2014416일 대한민국 전역을 슬픔에 도가니로 만든 세월호 침몰 사건. 최초 사건 시간인 오전 9시경 YTN 뉴스는 선박이 침수되고 있으며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 후 111분 단원고 학생 324명이 모두 구조됐다는 자막이 MBC 뉴스를 통해 나왔으며 다른 언론사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연이어 보도됐다. 이미 세월호는 1030분경 완전히 선체가 뒤집힌 상황이었고 언론사를 비롯한 다른 사람이 오보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조금이라도 일찍 오보가 수정되었으면 300여 명이나 되는 희생자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언론사들은 속보 경쟁에 눈이 멀어 경기 교육청에서 주어진 보도자료를 그대로 사용해 뉴스를 내보냈다. 사실관계를 확인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대다수 기자가 타 언론사들보다 빨리 속보를 내보는 것에 정신이 팔려 기자가 지녀야 할 덕목을 간과했다고 볼 수 있다.



전국을 가슴 아프게 했던 사건이 지나간 후 언론사 내외적으로 강도 높은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언론 공정성이 한 단계 상승할 것이라 많은 사람이 바라왔지만 실상은 녹록지 않았다. 지난 12일 하루 동안 네이버 검색 순위 1위를 놓치지 않은 사건이 있었다. 통칭 240번 버스 사건이라 불리는 이 일은 모 커뮤니티에 올라온 익명의 제보자가 올린 글이 발단되었다. 아이를 놓친 어머니가 버스를 세워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지만, 기사는 무시하고 제 갈 길 갔다는 내용이었다. 무분별하게 확대 재생산된 이 사건은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화제가 되었다. 언론사는 이 사건을 놓치지 않았다. 12일 머니투데이가 보도한 내용은 커뮤니티에서 올라온 글을 그대로 베껴 놓은듯했다. 기사 내용은 다른 인터넷 게시 글과 별반 다르지 않게 아이 엄마와 버스 기사를 묘사했다. 마치 2014년 세월호 보도처럼 사실 확인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기사를 작성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버스 기사가 처한 상황이 배제되어 있다. 우려 섞인 대로 진실은 달랐다. 버스기사는 다른 승객 안전을 위해 합리적인 판단을 취했다. 다른 목격자들도 버스 기사는 욕설을 한 적이 없으며, 아이는 떠밀린 게 아니라 스스로 내려갔다고 증언했다. 사건을 편파적으로 보도한 머니투데이는 아직도 해당 기사를 내리지 않고 있다. 기레기라는 말이 무심하지 않다.



언론이 가진 힘은 막강하다. 글 몇 자로 한 사람이 지닌 생명을 송두리째 뽑아버릴 수 있다. 사회 균형을 흔들 만큼 강한 힘을 가진 몇 안 되는 존재 중 하나이다. 그들이 가진 힘을 간과해서도, 남용해서도 안 된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주인공 피터파커가 좌우명으로 삼은 말이다. 가벼운 행동 하나로 수백 명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슈퍼 히어로기에, 그들은 이 말을 잊지 않고 실천한다. 우리나라 언론에 가장 중요한 말이기도 하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언론인이 적는 몇 마디 글자가 쉽게 써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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