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전사를 바라는 나라(1차수정본) - 리뷰맛집(제품,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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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첨삭 / / 2017. 10. 25. 23:44

약물전사를 바라는 나라(1차수정본)

 



마블 영화 캡틴 아메리카에 나오는 주인공 스티브 로저스는 체력이 약해 군대에서 5번 떨어졌다. 군에 들어가고 싶었던 그는 비밀리에 진행 중인 슈퍼 솔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여기서 신체를 강화하기 위해 투약된 약물이 슈퍼 솔저 혈청이다. 이 약물은 평범한 사람에게 초인적인 힘을 선사해준다. 만약 이 혈청이 진짜로 존재한다면 판매량이 제일 많은 나라 중 하나로 대한민국이 당당히 이름을 올리지는 않을까?

 


초인이 되기를 강요하는 사회. 바로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원인은 청년 취업난 때문이다. 이전에 3종 스펙으로 불렸던 토익, 학점, 학벌만으로도 취업이 잘 되었던 것에 비해 현재는 역부족이다. 청년들은 9종 스펙이라 불리는 공모전, 인턴, 성형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바야흐로 슈퍼 스펙러가 넘치는 세상이다. 취업상황을 비꼬는 신조어도 많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다), 삼일절(31세가 되면 절망한다), 2(대학교 2학년에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는 현상) 등등 다양한 말이 있지만 그중 가장 돋보이는 단어는 호모인턴스.



현생인류를 뜻하는 속명 homo가 붙은 호모인턴스는 인턴만 방황하며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하는 말이다. 길거리에서 스펙 히어로가 된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정규직 채용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구직 기간이 되면 회사는 너도나도 인턴 모집을 한다. 어떤 곳은 정규직 전환 없이 체험만 시켜준다고 한다. 이것도 다 좋은 경험이라고 말하면서 최저임금도 안 준다. 이런 모습은 흡사 바둑의 버리는 돌 전략을 연상시킨다. 승기를 위해 기꺼이 한 알을 버려도 승패의 흐름을 잡을 수 있다면 남는 장사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익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인턴을 사용하고 버린다. 전형적인 바둑고수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말 못 하는 바둑돌은 묵묵히 받아들이지만, 인간은 아니다. 기업이 간단히 쓰다 버릴 때마다 수십 명, 수백 명의 사람이 눈물짓는다. 대한민국 헌법 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닌다.’라고 명시되어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인턴은 사람도 아닌가 보다. 호모사피엔스가 아닌 호모인턴스라서 그런가?



날씨가 점점 추워가는 10. 외투를 입은 사람은 많아져 가지만 인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옷들은 점점 해져간다. 방법은 명확하다. 기업의 인식변화와 정부의 발 빠른 대응만이 도구화된 인턴을 인간으로 돌이킬 수 있다. 협조하지 않는 회사에는 규제 강화. 정규직 전환용 인턴을 늘리는 기업에는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 혜택을 주면 된다. 특히나 값싸게 인력을 착취하는 체험형, 대학생 인턴 등이 합당한 금액을 받고 일하는지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런 활동들은 대게 혜택이 두루뭉술하게 되어있는 편이 많은데, 별도의 감사 장치를 마련해 이를 정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기업도 효율적이고 인간적인 대처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리라. 우리는 모두 평범한 사람이지 슈퍼 히어로처럼 과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슈퍼 솔저 혈청도 받지 않는 사람한테 무리한 일을 강요하는 사회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미국의 위대한 영웅 캡틴 아메리카도 대한민국에서는 지쳐 쓰러질지 모른다. 우리는 약물 전사도 슈퍼 히어로도 아니다. 단지 호모사피엔스로 돌아가고 싶은 호모인턴스일뿐. 진화보다 퇴화를 바라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한민국이 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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