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수 없는 판결

정의란 무엇인가? 한때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베스트셀러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에서 보듯이 대중들은 사회가 더욱 더 정의롭기를 바라고 있다. 정의론을 가장 잘 정립한 철학자인 롤스가 말하기를 정의란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자유와 양립할 수 있는 상태에서 동등한 권리와 공정한 기회 균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법에서 가장 중요히 여기는 개념 역시 정의이다. 우리가 누구한테 피해를 주면 법에 정해진 기준에 맞춰 대가를 치른다. 고대 사회에서 가장 기초적인 법은 내가 당한 만큼 상대에게 똑같은 벌을 가한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보복적 형식이었다. 예를 들어 내가 한 남자의 팔과 다리를 부러뜨리면 법에 따라 내 팔과 다리도 부러 져야 한다. 이런 징벌적 대가를 가진 법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교화형으로 바뀌었다. 대다수의 선진국에서는 태형, 사형 등의 신체적 손해를 끼치는 형벌이 사라지고 교도소에 복역하는 징역형과 금전적 대가를 치르는 벌금형 등이 주류가 되었다. 이제는 내가 누군가의 팔을 부러뜨리거나 살인미수에 이르게 되면 법에 정해진 기준대로 일정한 금액 또는 기간만큼 교도소에서 생을 보내야 한다.

대한민국의 누구도 헌법에 정해진 처벌을 피할 없다. 경찰, 대기업 사장, 국회의원 심지어 대통령까지! 다만 유일하게 이를 피해갈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미성년자들이다. 정확히는 14세 미만 미성년자들은 형사처분을 받을 수가 없다. 10세부터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규정되어 아무리 큰 벌을 지어도 보호관찰 또는 소년원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번에 큰 이슈를 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경우 가해자 4명 중 1명이 만 13세이므로 형사 처분을 받을 수 없다. 살인미수 급의 폭력 또는 살인을 저지른다고 해도 형법상 징역형을 줄 수 없다. 더 심한 것은 10세 미만의 경우는 아예 경찰 조사와 처벌을 받을 수 없다. 2015년 전국을 들썩이게 한 용인 캣맘 살인사건의 범인은 9세 어린아이였지만 형사 법상 아무런 처벌도 가할 수 없기 때문에 미성년자의 보호자에게 대신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을 보호할 필요는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조그마한 범죄사실 하나만 있어도 취직이 어렵고 주위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든 질타를 받는다. 다만 법의 원래 취지를 악용하는 행위는 근절되어야만 한다. 이번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의 녹취록을 살펴보면 그들이 가한 폭행 행위가 이미 살인미수에 이르렀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어차피 살인미수이니 더 때리자는 말을 하거나 재빨리 자수해서 형벌을 감경시키려는 행위들이 보였다. 청소년 범죄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영악해지고 있다. 이런 사건 때문에 당장 소년법을 폐지하자고 하는 것이 위험한 행동일 수는 있다. 다만 현행법을 그대로 두는 것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엄한 제2,3의 부산여중생을 만들어낼 소지가 다분하다. 청소년 범죄의 위험성이 공론화되기 시작한 이때, 법의 개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 후손 그리고 내 자식들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