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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사고 / / 2017. 9. 10. 22:18

세계를 미치게한 쇼 리얼리티(reality)




우리들의 일상은 몇 가지의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 정형화(standardization)시킬 수 있다. 식사하고 친구를 만나거나 배변을 하며, 집 또는 직장에 왔다 갔다 하면서 365일이라는 시간을 매년 똑같이 사용한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통해 인간은 지루함이라는 감정에 고통받기 시작했다. 산업혁명(the Industrial Revolution)이 시작되고 자본주의(capitalism)가 본격적으로 도래(到來) 되면서 과거 농경사회(agrarian society)보다 인간은 많은 시간적, 육체적 여유를 얻게 되었다. 반복되는 수렵(狩獵)과 농경(農耕)의 생존 굴레 바퀴에 벗어난 사람들은 기술, 지식 정보, 예술활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일상생활을 영위(營爲)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체제(體制)가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속하게 된 각기 다른 직업들은 과거보다 외부의 압박 없이 현재 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가게 되었으며 여가가 많아지면서 문화생활을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해 나갔다. 종래(從來)의 여가 활동이라고 하면 독서, 스포츠, 영화, 음악 감상 등으로 상당히 한정적이었지만 20세기 들어 대중들에게 TV가 보급되면서 지금까지 즐겼던 모든 문화생활을 한데 모아 방구석에 누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지루함이란 고통을 안고 나왔다. 자본주의 체제에 한가함을 더 많이 겪게 된 사람들은 반복되는 여유 속에서 지루함을 느끼게 되었고 이는 곧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욕망의 원천(源泉)이 되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渴望)을 충족시키기에 TV는 최적의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수많은 채널에서 보이는 각기 다른 프로그램 쇼들. 다양한 인물군상들은 끝없이 재현(再現)되는 삶의 순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존재이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반복되는 일상이 많을수록 TV를 시청하는 비율은 늘어나는데 2015년 세종시에서 실시한 여가활동행태에 대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세대별로 다른 TV 시청률을 보인다. 10대는 44.1%, 20~30대는 37.5%, 40대 이상부터는 54.8%란 수치를 기록했으며, 반복되는 일상이 많아지고 여가가 늘어날수록 시청률이 비례해서 올라감을 볼 수 있다.



다른 매체에 비해 TV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장점은 우리가 겪고 살아가는 다양한 현실의 것들을 눈으로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90년도의 TV 프로그램들은 앞에서 말한 특징들을 살려 현실의 재현에 힘을 실었다. 그 시절 한참 인기를 끌었던 경찰청 사람들이나 토요 미스터리 극장등은 이미 일어난 사실에 대한 재현을 통해 시청자들의 흥미 유발을 이끌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대개 미리 짜 맞춰진 각본에 맞추어 촬영됨으로써 모든 결과가 완벽히 통제된다. 작가의 의도에 맞춰 TV쇼가 진행되는 셈인데 불확실성(不確實性)이 만연(蔓延)한 현실의 사회를 재현하기에는 부적합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런 반복적인 행태로 만들어지는 쇼 프로그램이 범람(汎濫)하던 때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트루먼 쇼(The Truman Show, 1998)’에서 보이는 리얼리티 쇼가 새로운 돌파구로 제시되기 시작한다.

트루먼 쇼는 어릴 때 방송국에 입양된 트루먼 버뱅크이외에 같이 지내는 모든 것이 조작돼있다. ‘트루먼의 가족, 친구, 직장 심지어 애인까지, 모든 것이 방송국의 의도대로 배우들이 맡은 역할을 연기하는 것이었으며 헤이븐 이라는 도시는 사실 거대한 돔으로 둘러싸인 인공 세트이다. 모든 것이 의도된 것이었지만 오직 트루먼만 그 사실을 모르며 그것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실제로 재현된 현실을 보고 재미를 느끼게 된다.



기존의 TV 프로그램과는 달리 트루먼 쇼에서 보이는 통제되지 않는 쇼는 더욱 실질적인 현실의 재현을 이루어 낼 수 있다. 인간이 모여 이루어진 사회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이 공존하는 하나의 장으로 구성되면서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어우러지며 해결됨으로써 고인 물처럼 정체되지 않고 건강하게 흘러간다. 기존에 있던 예능 프로그램이 현실의 재현보다 구성된 틀에 맞추는 것을 중요시했다면 트루먼 쇼에서 보이는 리얼리티 쇼는 통제되었지만 통제되지 않는 불확실의 사회를 재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볼 수 있다. 리얼리티 쇼의 원조라고 불리는 1999년 네덜란드에서 방영된 빅 브라더(Big Brother)’란 방송은 트루먼 쇼의 포맷을 따라 한 프로그램이다. 3개월의 기간 동안 12~16명의 사람이 정해진 장소에서 24시간 카메라의 감시를 받으며 지내는데 시청자가 결정하는 정기적인 축출 투표에서 살아남아 마지막 1인이 되면 최종상금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존의 규격화(規格化)된 예능과는 달리 방송마다 사랑과 질투, 우정과 배신의 감정을 겪어나가는 진행자들은 주어진 대본이 없기에 인간사회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 쉬우며 그것을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마치 그 상황에 있는 것처럼 동일시(同一視)되어 카타르시스(catharsis)를 느끼게 된다.



서구의 리얼리티 쇼가 일반인들의 참여를 통해 시청자가 TV쇼 프로그램에 자신이 있는 것과 같은 생각이 들게 동일시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면 한국의 경우에는 연예인들이 직접 출연하여 그들이 겪는 다양한 일상의 모습을 통해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는 친근감을 선사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리얼리티 쇼인 무한도전의 시작은 일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지만 육체적 도전을 중시하는 무()한 도전, 정신적인 노동을 주로 하는 무()한 도전을 거쳐 현재의 무한도전 포맷이 완성되었다.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무한도전은 매번 불가능이라 여겨지는 것들에 도전하고 연예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고뇌하고, 웃고, 슬퍼하는 모습을 여과(濾過) 없이 보여주어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도록 만든다.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 중 하나인 하하가 군대 입대하기 하루 전에 실시한 게릴라 콘서트를 무사히 끝마치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개인의 감정에 공감하게끔 프로그램을 연출해나감으로써 기존의 정형화된 쇼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휴머니즘(humanism)적인 요소를 강하게 부여하였다. 이는 곧 시청률의 상승으로 이어져 당시 이 특집은 인기 있는 드라마보다 높은 수치인 30%라는 경이로운 결과를 이루어내었다.



무한도전의 성공 이후 현대방송계에서 리얼리티는 하나의 교과서처럼 너도나도 따라 하는 프로그램 방식이 되었다. ‘우리 결혼했어요’, ‘진짜 사나이’. ‘아빠 어디가같은 유사 리얼리티 쇼는 매번 새로운 자극을 통해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물론 모든 면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과포화(過飽和)된 리얼리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부 프로그램은 인간의 감정선에 호소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타 방송과 차별점을 두려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Mnet슈퍼스타 K’쇼미더머니같은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의도적으로 편집을 짜 맞추어 사실과는 다른 내용을 보여주더라도 이를 마다치 않는다. 2010년 방영된 슈퍼스타 K2’에 참여했던 장문복씨는 당시 알아듣기 힘든 속도의 랩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 힙통령으로 회자하였는데, 이 문제를 가지고 해당 방송사는 사실 시정에 대해 일말의 관여도 하지 않고 소위 악마의 편집이라고 부르는 고의적인 프로그램 구성하는 방식을 통해 많은 논란을 샀다.



레드오션(red ocean)이 된 리얼리티 시장은 어느새 시청률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더 많은 광고를 얻기 위해 본래의 취지와는 다른 인위적인 연출방식을 사용하는 것도 마다치 않는다. 공공재(公共財)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방송이 단순한 수익성에만 급급한 것은 올바른 태도라고 볼 수 없다. 전 국민이 제약 없이 시청할 수 있는 쇼 프로그램에 있어서 자극적인 내용만 보여주는 것은 국민의 올바른 정서함양(fostering of emotion)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아닌 방송사의 이권을 위해 조작된 쾌락의 쇼는 절대 리얼리티라고 부를 수 없다. 리얼리티가 전 세계적 흥행을 하는 이 사회에 진짜 리얼함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대답에는 선뜻 대답하기가 힘들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보이는 시청률의 노예로 전락한 리얼리티 쇼들은 절대 아니라고 하늘 앞에 당당히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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