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부터 친구를 찾게 되는 순간은 늘 용건이 있을 때였다. 현생에 지쳐 까먹었다고 핑계를 대면서 스스럼없이 요구사항을 그들에게 전달했다. 몇몇 지인은 별 신경을 안 쓴다고 대답하고, 다른 사람은 "네가 늘 그렇지~"라는 말로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 나는 그들에게 이해타산적인 사람으로 찍혔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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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교에 입학할 때는 SNS 붐이 일기 시작할 때였다. 내 첫 핸드폰 갤럭시S2에 깔린 페이스북 앱을 통해, 친한 친구, 좀 덜 친한 친구, 사무적으로 알게 된 사이, 한번 얼굴만 본 사람 등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친구 목록에 자리 잡았다. 당시 나에게 페북 친구는 다다익선이었고, 소위 인싸의 반열에 들어가게 하는 게 많은 페북 친구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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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는 별로 이야기 안 해본 친구도 SNS상에서는 절친이나 마찬가지처럼 행동한다. 잠이 안 올 때마다 올린 게시글에 끝없이 댓글놀이를 하며, 이야기를 하면서 이 과정이 서로 친해지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다음날이면 SNS상에 올라온 글을 보고 친구들끼리 수다가 시작됐다. "너는 그 사진 진짜 잘나왔어.", "어제 어디갔냐? 나도 같이가지 ㅋㅋㅋ" 시시콜콜한 이야기 들이었고, 그 방식이 21세기에 도래한 친구맺기 중 하나라는 착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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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 중 지금까지 꾸준히 연락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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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연락하지 않기도 했고, 그들이 연락 오지 않기도 했다. 대학과 동아리를 벗어나 각자 사회에서 자기 밥그릇 하니라 정신없을 게 분명하다. 회사 동료, 사회에서 알게 된 지인만으로 인간관계가 꽉 찰 텐데, 내가 들어갈 자리는 없으리라. 가끔 생일 때나 부탁할 일이 있을 때 빼고는 거의 연락하지도 않게 된 많은 이들. 10초의 관심만 있으면 터치 몇 번으로 안부 연락을 보낼 수 있는 시대지만, 오히려 소통은 날이 갈수록 뜸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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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프로필사진이 바뀌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SNS에 올라올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아마 내가 그들에게 하는 것만큼 날 생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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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사심 없이 말하고 싶다. "요즘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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