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캡틴 아메리카’에 나오는 주인공 스티브 로저스는 체력이 약해 군대에서 5번 떨어졌다. 군에 들어가고 싶었던 그는 비밀리에 진행 중인 슈퍼 솔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여기서 신체를 강화하기 위해 투약한 약물이 ‘슈퍼 솔저 혈청’이다. 픽션 속에서만 존재하는 물질이지만 대한민국의 많은 청년은 이 약이 현실에도 존재하기를 바란다.
평범한 사람이 왜 약물을 바라게 됐을까? 이는 현재 취업 상황과 관련 있다. 과거에 3종 스펙으로 불렸던 토익, 학점, 학벌만으로도 취업이 잘 되었던 것에 비교해 현재는 역부족이다. 청년들은 스펙을 쌓기 위해 공모전, 인턴 심지어 성형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바야흐로 ‘슈퍼 스펙러’가 넘치는 세상이다. 이런 사태를 비꼬는 신조어 중 가장 충격적인 표현은 ‘호모인턴스’이다. 이 신인류는 호모사피엔스로는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지 못해 ‘슈퍼 솔저 혈청’ 없이 진화를 이뤄냈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스펙 히어로 ‘호모인턴스’에게도 정규직 채용은 먼 나라 이야기다. 구직 기간이 되면 회사는 너도나도 인턴 모집을 하지만 실제로 정직원이 되는 비율은 상당히 낮다. 어떤 곳은 채용도 하지 않은 채 체험만 시킨다. 여기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으면 다음 기회에는 꼭 취직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준 채 말이다. 희망을 안고 ‘호모인턴스’ 들은 부단히 노력하기만 한다. 기업은 노력이라는 이름의 약물을 청년에게 집어넣으려고 한다. 부작용 따윈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 취업시장이 잘못되었다는 견해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한 채용 관련 사이트가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턴 경험이 있는 대학생, 구직자의 3/4가량이 직무 체험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정규직 전환용은 고작 20%에 불과하다. 이 비율을 70% 이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기업의 손실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소득 수준을 가진 직장인이 늘어나야 내수 경제가 원활해진다. 국내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경제능력을 가진 인구는 많을수록 좋다. 파트타임 제도도 괜찮은 방안이다. 이는 월요일부터 수요일, 목요일에서 금요일 근무자를 나눠 다르게 채용하는 방식이다. 단기적으로는 소득이 줄어들지 몰라도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고 청년 인구가 급감하는 5년 후부터는 임금이 정상화 된다. 제도를 안정화하기 위해서 기업 내외적으로 지속적인 감사가 필요하고 채용 정보를 공시 화해야 한다. 또한, 관련 정보는 취업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기적으로 청년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2~3년간 제도에 맞게 채용을 한 기업에는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 혜택을 줄 수도 있다. 단순히 ‘제로섬 게임’처럼 기업을 압박시키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서로 상생 할 수 있는 ‘WIN WIN’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
‘슈퍼 솔저 혈청’은 인간의 신체적 능력을 한 단계 진화시키는 도구이다. 하지만 약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육체가 손상되거나 심지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이 위험한 프로젝트는 인간을 소모품으로 본다. 대한민국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청년들을 쉽게 쓰다 버리는 ‘슈퍼 솔저’로 만들려고 한다. ‘호모인턴스’로 진화해도 노력을 통해 ‘슈퍼 스펙러’가 되어도 그들에게 행복은 없다. 청년은 그저 평범한 호모사피엔스로 행복하기를 원할 뿐이다. 기업과 정부 그리고 우리가 모두 노력할 때야 비로소 약물 권하는 사회의 종지부가 찍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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