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 우리에게 준 것은 무엇인가?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의복, 안락한 집과 다양한 물건들. 시대의 변화와 동시에 인간이 요구하는 물질의 기준은 점점 높아졌다. 누구는 중세의 금욕적인 시기를 벗어나 드디어 인류의 욕망을 마음껏 추구할 수 있는 아름다운 시대가 찾아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만큼 현대는 돈만 충분하다면 제한 없이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욕망을 원 없이 충족시키는 일이 행복으로 직결되는가?
이를 설명하기에 앞서 욕망에 관련된 메슬로의 5단계 욕구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메슬로의 말에 따르면 피라미드처럼 구성된 욕망(생리적, 안전, 소속과 애정, 자기존중, 자기실현)은 아래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비로소 위 단계로 넘어간다고 한다. 다만 밑에 있는 욕망이 실현된다고 해서 그 욕구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아래에 있는 욕망일수록 인간의 본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이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에는 생리적 욕구를 우선으로 여기는 사회 풍토가 강하다. 생리적 욕구의 충족에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소비를 필요로 하는데 광고는 이 욕망을 필요이상으로 키우려고 한다. 지속적으로 신상품, 먹거리와 관련된 사진, 영상 광고를 접한 대중은 소비심리가 계속해서 커진다. 매체에 지속해서 노출된 개인은 점차 자신의 순수한 욕망과 타인에게 주입된 욕구의 차이를 구분 짓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소비하는 습관이 생긴다. 지름신이라는 신조어는 보이지 않는 신이 나의 쇼핑 욕구를 강제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이를 통해 광고가 만든 높은 욕구 기준을 조절하는 게 인간에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 수 있다. 욕망은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졌지만, 개인의 금전적 상황이 모두 넉넉할 수는 없다. 오히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박탈감은 커져만 가고 이 차이가 인간을 괴롭게 한다.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발현된 욕망이 오히려 개인을 고통스럽게 하는 셈이다.
자본주의가 성공적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19세기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다만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달랐다. 그는 2년가량 동안 인간 문명을 뒤로하고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직접 두 손으로 집을 짓고 최소한의 소비를 지향했음에도 소로우는 이때가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숲속에서 보낸 그의 일상은 언제나 균일했음에도 달랐다. 창문 틈새로 스며드는 햇살, 계절마다 달라지는 호숫가의 풍경,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꽃들의 향내. 현대인이 보기에는 따분한 일투성이지만, 그는 자연의 미묘한 차이에 집중했고 그것을 즐겼기에 매 순간이 행복했다. 그가 생각한 욕망의 기준은 남들과 비교하기에는 무척이나 낮았지만, 행복의 크기는 남들보다 높았다. 또한, 그는 많은 사람이 작은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행복을 위해서 더 많은 욕구를 추구하는 일이 언제나 해답은 아니라고 말이다. 한국보다 GDP(국내총생산)가 훨씬 뒤처진 핀란드가 세계 행복순위에서 1위이며 한국이 57위인 사실은 이를 반증하는 셈이다. 핀란드는 대한민국보다 훨씬 추운 기상여건을 가지고 있고 무척이나 조용한 나라이다. 한국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유흥가, 패션상점, 음식점 등 화려한 욕망의 원천지들이 핀란드에서는 드물다. 그런데도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물론 복지정책이 잘 되어있는 영향도 있겠지만 과도한 욕구를 추구하지 않는 핀란드인의 삶을 보면 월든에서 보낸 소로우의 모습이 연상된다. 그들은 하나 같이 작은 욕망을 추구했으며 더 많은 행복을 얻었다.
욕구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이지만 무절제한 욕망은 개인을 파멸로 이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끝없는 욕구 끝에 남는 건 공허함 뿐이다. 소로우처럼 작은 욕망의 기준에서야 비로소 행복이 찾아올 수 있다. 최근에 떠오르는 트렌드인 소확행을 실천하는 사람을 보면 하나같이 작은 사치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중요한 건 기준을 낮추는 일이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소로우가 집 밖에 있는 숲속에서 행복을 찾았듯이 우리들도 자신의 욕망을 낮추고 주위의 행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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