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다고 꼭 안 좋은 걸까?(페미니즘의 도전 서평) - 리뷰맛집(제품,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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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사회 / / 2018. 5. 17. 22:53

불편하다고 꼭 안 좋은 걸까?(페미니즘의 도전 서평)



나의 세계관과 갈등을 일으키는 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첫 번째 방법은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진실을 받아들이고 지금까지의 내 세계관을 부정하는 방법이다. 전자는 지금까지의 삶 그대로 살아가면 되니까 무척이나 편한 선택이다. 단 후자는 과거 자신과의 단절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수많은 고뇌를 일으킨다. 대다수는 전자를 선택한다. 인간에게는 변화를 싫어하는 유전자가 뇌에 각인되어있기 때문이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페미니즘이 불편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유학의 가치관이 오랜 시간 자리 잡은 대한민국에서는 남녀 차이가 서양 못지않을 만큼 철저히 구분되어있다. 결혼한 여자를 가리키는 집사람이라는 말만 봐도 단어 대부분이 여성을 가정에 소속된 수동적 존재로만 보고 있다. 이런 차별적 성() 의식 분위기에서 자란 사람이 페미니즘을 불편해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남자에게는 거부감이 상당하다. ‘페미니즘의 도전에서 저자는 페미니즘이란 여성 우월주의가 아니라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가치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책에서는 여성에 비교해 높은 사회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남성의 모습에 대해 강한 비판을 서슴지 않다 보니 남자 독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마음을 지우기가 쉽지 않다. 많은 남성이 모두 다 가해자는 아니다. 다만 가해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성이란 성은 공유된 상태이기 때문에 저자의 말이 비록 구체화한 개인으로서의 남자를 말하는 게 아니더라도 그 안에 소속되어있는 남성 그룹의 일원으로서는 자신을 비난하는 것처럼 들려 고통스럽기만 하다.

 


그럼 저자의 잘못인가? 정희진 작가님이 좀 더 유한 표현으로 글을 썼더라면 많은 남성이 공감했을 테고 페미니즘이 좀 더 부흥할 수 있었을까? 그건 아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자신의 가치관이 부정당할 때는 2가지 선택사항이 있다. 대다수는 전자를 선택하지만, 일부는 후자를 선택한다. 새로운 세계관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 사람한테 페미니즘은 불편한 게 아니다. 오히려 억지로 짊어졌던 남성성이란 가치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진정한 나를 찾는 발걸음에 도움이 된다. 페미니스트로서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나조차도 이 책을 읽을 때의 불편함은 적지 않았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생성된 가치관이 부서지길 원치 않아서다. 다만 책을 덮고 나서, 기존에 내 가치관을 무너뜨리기로 했을 때 나는 색 다른 걸 느꼈다. 나라는 존재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남성성은 주된 역할을 차지하지 않는다. 반대로 여성도 마찬가지다. 이는 사회가 강요한 족쇄일 뿐 스스로 내 몸을 옭아맬 필욘 없다. 존 스튜어트 밀도 말했지 않은가! 자유가 존재하는 이유는 기존의 진리가 절대적으로 완전한 진리도 아닐뿐더러 설사 진리의 가능성이 높더라도 부족한 부분은 다른 표현에 존재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기존에 내가 살았던 가치관은 절대 진리가 아니다. 그것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 건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이 필요한 건 여성뿐만이 아니다. 남성 역시 필요하다. 스스로 얽매인 성() 가치관을 부수기 위해서는 페미니즘 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로 한 뒤부터 내 삶에서 달라진 게 있다. 그건 더는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게 된 점이다. 내가 남성성을 강하게 인지하고 있을 때는 타인의 시선이 무척이나 중요했다. 삶은 절대로 편하지 않았고 오히려 고통의 나날이었다. 페미니스트가 되기로 한 뒤로부터는 스스로 남성성을 벗어던지고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고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페미니즘은 해방의 운동이다. 이는 여자, 성 소수자만을 위한 게 아니다. 남자에게도 해방의 길은 열려있다. 지금은 맛없더라도 두고두고 보면 몸에 좋은 보약처럼, 페미니즘은 모든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건강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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