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모음
꽃
끔찍한 냄새의 향내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까마득한 조상님 때부터 불교집안인 우리가족은 매달 절에 가는 게 일상이다. 어린아이가 느끼기에 절이란 공간은 재미랑은 거리가 먼 어른들의 세상이다. “너 또 밖에 있을 거니?” 나는 유희라곤 조금도 없는 절 안에 들어가는 걸 극도록 싫어한다. 어머니는 내가 찜해둔 장난감을 이번에는 꼭 사준다고 절에 한 번 들어가자고 애걸복걸했지만 깔끔히 무시했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뒤로 하고 나는 사찰 밖의 조그마한 연못가로 뛰어갔다. 이곳은 부모님을 따라왔지만, 절에 들어가길 싫어하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집합소 비슷한 장소다. 내 또래로 보이는 아이들은 물가에 앉아 모래를 만지며 놀거나 주위에 흩어져있는 돌들을 주워 연못에 던지곤 했다. “얘 너도 엄마 따라서 억지로 왔니..
2017. 9. 18. 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