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이 바꾼 세계사를 읽고)
생에 대한 갈망은 동물, 사람 가리지 않고 평등하다. 누구나 자신의 밥그릇이 부당하게 뺏기면 분노하며 달려들 것이다. 이런 일은 세계사를 둘러보면 흔한 일이다. 실업으로 인해 굶주림으로 죽어간 사람을 쌓아놓으면 알프스산맥 높이에 닫을 정도이다. 하지만 모두가 불행한 현실에 안주한 건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부당한 처지를 극복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나선 이들이 있었다. 이 책 ‘실업을 위한 세계사’는 그들의 행동이 어떻게 세상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소개한다.
대규모 실업 사태가 생겨난 국가는 대체로 세 가지 모습을 보인다. 첫 번째는 자국에 들끓는 빈곤을 잠재우기 위해 식민지를 늘린다. 두 번째는 현 정권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모여 혁명을 꿈꾼다. 마지막 세 번째는 앞에서 말한 두 가지의 방법이 통하지 않은 상황에서 타국과 관련된 새로운 상거래를 모색하거나 침략을 꿈꾼다.
BC 4세기에 있었던 그리스의 대규모 실업 사태는 첫 번째 방안이 어떻게 자국과 인접한 국가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그리스는 다른 도시국가들과 빈부격차가 커져 많은 농민이 자신의 땅을 부유층한테 헐값에 팔거나 소작농으로서 일하게 되었다. 그들중 일부는 생존을 위해 용병 일에 뛰어들기도 하였다. 정부는 대규모 실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부유한 국가인 페르시아를 침략하려고 하였다. 그렇게 생존을 위한 대규모 식민 전쟁이 시작되었고 끝내 정복에 성공했지만 오랜 전쟁으로 인한 여파로 그리스의 국력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끝내 새롭게 떠오르기 시작한 로마에 의해 그리스는 무참히 침략 되고 만다.
두 번째 방안은 역사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선택한 방법이기도 하다. 명나라 말기 시절 우체국 집배원이었던 이자성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조정의 해고 정책으로 졸지에 실업자가 되어버린다. 이자성처럼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백성들은 정부에 불만을 품고 반정부 세력을 조직하게 된다. 이자성은 이들의 두목이 되어 온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관리들의 재산을 약탈하기 시작했다. 오랜 싸움 끝에 중앙을 손에 넣게 된 이자성은 스스로 대왕의 자리에 오르게 되지만 명나라 일부 세력과 청나라에 의해 궁지에 몰려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국력이 쇠퇴한 명나라는 청나라에 침략 되게 되고 결국 중국의 새로운 주인이 바뀌게 된다.
마지막 세 번째 방안은 조금 특수한 경우이다. 오랜 시간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멕시코는 독립하고 나서도 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미국과의 FTA를 체결하기 시작했다. 대대적으로 일자리가 늘 거라는 정부의 말과는 달리 값싼 미국산 제품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멕시코의 경제는 더욱 위험해졌다. 이 때문에 대규모 실업자들이 발생했는데, 빈곤을 참다못한 국민들은 마약을 몰래 미국에 수출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마약 구매가 법적으로 금지된 미국이지만 손쉽게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업은 호황을 이루었다. 그뿐만 아니라 자국에서 도망쳐 국경장벽을 넘어 들어온 멕시코 이민자들이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미국과 멕시코의 관계는 좋지 않은 상태이며 트럼프 미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워 불법 이민자를 막겠다는 정책이 힘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료하다. 과거의 실업 사태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IMF 외환위기 사태를 겪고 나서 아직 취업 시장이 밝지 못하다. 뚜렷한 정책과 해결책이 없으면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대규모 실업자들이 거리에서 죽어 나갈 수밖에 없다.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를 내팽개치지 않기 위해 저자는 많은 사례를 인용해 우리한테 경고하고 있다. 이 책의 끝에는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에필로그가 적혀져 있지 않다. 자신의 주장을 적지 않고 독자 스스로 판단하게 만든 것이다. 저자가 건네준 문제를 받아들고 이제 우리가 현재 처한 대한민국의 실업 대란에 대해 생각해볼 때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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