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몰입하다 보니까 글을 자주 쓰지 못해 아쉽다. 2018년 3월 16일부로 총 75권의 책을 읽었다. 간혹 이 이야기를 주위 사람에게 하면 대단하다고 말하거나 집념이 무섭다고 한다. 처음에 읽은 목록이 하나 둘 쌓이기 시작했을 때는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남들은 쉽게 하지 못 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까 묘한 자부심이 들기도 하고 으스대고 싶은 심리도 적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1일 1 독을 한 과거의 내가 무척이나 안타깝다.
우리는 책에서 무언가를 얻어 남들에게 보이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독서의 과정이 고통스럽기만 하다. 우리 주위에서 좀 더 쉽게 타인에게 으스댈 수 있는 것(인터넷에서 쌓은 지식, 외적인 모습, 물건, 사회적 지위)에 비교해 독서가 주는 파급력은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는다. 어쩌면 모든 매체 중에서 단기적으로는 가장 비효율적일 수 있겠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이 과정은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300페이지의 책을 읽는다고 가정해서 1분에 1쪽을 읽는다고 해도 1권을 읽기 위해서는 5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서 사람마다 세세한 편차가 존재한다. 밀의 '자유론' 같은 책은 고작 200페이지 남짓인데도 1시간에 20페이지 읽기도 벅차다. 책 한권을 읽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빠른 속도를 중요시하는 대한민국에서 무척이나 비효율적인 작업이다. 소위 에너지 낭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독서는 중요하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얻는 에너지는 서서히 우리 몸에 쌓인다. 그것들이 쌓여 어느새 큰 변화를 만들어 낸다. 소위 '작은 성취가 삶에 있어서 큰 영향을 준다'는 이론과 비슷하다. 가장 큰 변화는 생각의 깊이가 달라진다. 1권의 책을 읽는 건 저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우리는 살면서 나란 존재라는 1개의 세상 속에서 밖에 살지 못한다. 이런 불합리한 과정에서 독서는 유일하게 타인의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현미경과 같다. 그들은 나와 똑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그 과정은 변증법과 비슷하다. 내 생각과(정) 반대되는(반) 것이 부딪혀 새로운 삶의 방식(합)을 만들어 낸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세상에서 나란 존재가 분리되어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겪는 외로움은 내가 하나의 존재라는 것을 무의식에서 부정함으로써 얻게 된다. 친구, 연인, 가족, 반려동물과 같이 지내는건 분리의 고통을 벗어나기 때문에 행복하다(물론 모든 과정이 즐거운건 아니다) 독서를 하고 있으면 내가 세상과 떨어져 있고 독립된 자아라는 걸 받아들이기 쉽다. 나의 가치가 타인에 의해서 오는 게 아니라 오로지 자신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즉 자존감이 높아진다.
아무리 책의 장점을 나열해도 대한민국에서 독서라는 취미는 참 좋으면서도 가깝게 하기에 어렵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군대에 가기 전 내가 읽는 책은 오로지 판타지, 추리 소설뿐이었다. 심지어 대학교 1학년 때는 연간 5권의 책을 읽기도 힘들었다. 그런 내가 현재 1일 1 독을 하고 있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걸 내가 증명 하는 셈이다. 시작은 간단한 책이라도 좋다. 귀여니 작가의 인터넷 소설도 좋고 해리포터 같은 판타지 문학도 좋다. (필자는 독서의 시작을 도라에몽 만화책으로 시작했다. 처음으로 읽은 산문책은 해리포터이다) 거창한 목표 필요 없다. 한 달에 1권 아니면 두 달에 1권도 좋다. 누구나 시작은 그렇게 한다. 그게 쌓여 큰 변화를 이뤄내는 거다.
지금은 독서의 과정이 즐겁다. 무엇을 얻기 위함보다는 지식을 얻는 재미, 나와 다른 세계를 마주한다는 것에 행복하다. 책에는 끝이 없다. 내가 평생 읽어도 못다 할 만큼 많기에 질릴 틈이 없다. 오늘도 내일도 그저 읽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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